여상희
Yeo Sanghee

1.
사라지는 집
A Disappearing House

혼합재료
mixed media
가변크기
dimensions variable
2024

과거의 문을 여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오랜 기간 동안 사람이 거주하지 않았던, 혹은 정리할 시간도 없이 남겨진 재개발 구역의, 사람만 떠난 텅빈 풍경 속에 미처 몰랐던 우리 삶 곳곳 공예의 시선과잊혀가는 장소의 기억과 흔적을 ‘구조’ 하는…

여상희는 개발 과정에서 점차 사라지는 대상들에 관심을 가지고 답사와 아카이브 기반으로 작업하는 설치미술가이다. 주로 과거에는 소중하게 여겨졌으나 현재는 잊힌 집과 그 안의 가구들, 공예품들, 개인의 일상을 담은 기록물들을 종합적으로 수집하고 기록하며 전시함으로써 이를 ‘구조’한다. 버려진 신문지를 물에 풀어 해체하고 다시 응축하여 종이 벽돌, 비석을 만들기도 하고, 재개발로 인해 사라지는 마을을 오랜 시간 오가며 수집, 기록한 결과물들을 토대로 ‘사라지는 집’을 다시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이를 통해 작가는 사라지는 한 시대와 사람들, 사물들을 바라본다. 작가는 근대기의 가슴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의 이야기를 담기도 한다. 묻혀 있는 사건들의 증언을 담거나, 버려진 것들을 수집하여 전시로 풀어내면서 사회적 문제를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 여상희는 재개발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1960‐1980년대 화려했던 집들과 폭우로 침수된 지역 등지의 철거되는 옛집에서 수집된 부자재들을 기반으로 건축과 공예가 얽힌 시대와 장소를 드러낸다. 작가의 내밀한 미시사적 접근 방식은 역으로 오늘날의 대도시 풍경을 실감케 한다. 버려지고 잊히는 집의 파편 같은 부자재들은 우리의 시대와 환경을 반영하는 공예적 요소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공예로 짓는 집
Crafting the House

2024.9.5-202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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